전시는 무성영화처럼 시작된다. 누워있는 각목들과 서있는 퍼포머를 본 후, 공간을 횡단하는 작가를 따라 시선이 흐른다. 퍼포머의 발을 애써 들어올리는 작가에 동화되어 나의 몸에도 힘이 들어간다.
퍼포머가 수차례 세워지고 무너지는 동안, 그와 마주보며 거울이 되어 보거나 그의 뒤로 돌아가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힘이 어떻게 분산되는가?”에 대한 연구를 끝내고 따분해질 때쯤 각목이 요란하게 무너지는데, 그것이 묘한 쾌감을 준다.
작가의 의도가 ‘혼자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사물의 표현’이라면 ―모순적이게도― 관객인 나는 각목에 의해 지탱되는 퍼포머를 ‘버티는 주체’로 인식하였다.
관람이 종료된 후 작가의 노트를 읽는다. 이로써 전시 내내 쌓아온 관객의 상상과 주제의식들이 무너진다.
2월 6일 관람자, 익명